뉴스 봤냐? 이번에는 메일 답장이 빠르네.
무슨 일이냐고 묻지 마라. 몇 번이고 기자들한테 쫓겼어. 하다못해 경기장에도 들어와서 주최진이 막고…… 하여간 난리도 아니었다. 너는 그런 거 모르지? 이제 내가 너보다 유명하다. 앞으로 날 오빠로 모실 것. ㅋㅋ
너무 바쁘다, 진짜.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바쁠 수가 있지? 솔직히 저기 갔다 온 게 7월인데, 지금은 10월이잖아. 너무 늦었다고 생각 안 드냐? 하…… 그래도 나왔다는 소식에 안심을 한다. 아무것도 안 했으면 진짜 화날 뻔. 물론 그게 끝은 아닐 것 같지만. 야 내가 살다 살다 다른 사람을 이렇게 의심하게 됐다. 너 한국 오면 나 때릴 거지? 폭력은 나쁜 거다, 하소윤.
아 그리고 전국체전 결과. 이번에도 우승했다. 하필 경기 3개월 전에 생각보다 많이 다쳐서 재활하는데 진짜… 지긋지긋해서 미치는 줄. 그래도 나 엄청 얌전하게 있었다. 재활 빨리 끝내려고 하다가 물론 의사 선생님들한테 엄청 맞을 뻔 하긴 했는데 급한 환자라서 참으셨대. 역시 병원 좋은 데 가야된다. 그러니까 이렇게 다 낫고 경기까지 할 수 있었던 거 아니겠어. 경기 준비하는 동안 코치님이 처음으로 그만두자고 했는데… 그냥 해야 할 것 같더라. 하고 싶었고. 내가 너무 다쳐서 그랬나, 코치님 그런 얼굴 한 거 처음 봤다. 사진 찍어둘 걸 그랬나봐. 진짜 웃겼는데.
전국체전, 1등 했는데 왜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더라. 내가 보내 준 사진에서 나 울고 있었던 거보고 너 잔뜩 웃었잖아. 하여간 정도 없어. 근데 나도 몰라, 그냥 울고 있었어. 코치님도 내가 우는 게 이상했는지 왜 그렇게 우냐고 물으시더라고. 그래서 괜찮다고 하긴 했는데…… 잘 모르겠다. 이게 뭔지. 설명이 잘 안 돼. 나 원래 설명 같은 거 잘 못하잖아. 그래서 매번 나한테 말 하는 방법 좀 기르라고 혼내고. 근데 나 아직도 설명은 잘 못하겠다. 눈물이 나는데 어떡하냐. 거기에 이유를 어떻게 말해. 그냥 코치님은 갑자기 감수성이 풍부해진 줄 알고 말았지만… 그냥 이게 고등학교 마지막 경기여서 그랬던 건가. 이제 생각해보니 그런 것도 같네.
너 어렸을 때 기억나? 우리 부둣가 걸으면서 그냥 그랬잖아. 너는 피아노 칠거고, 나는 태권도 할 거라고 했을 때. 정정당당하게 살 거라고 한 거. 난 진짜 마지막까지 그렇게 잘 살았다고 생각하고 싶었는데… 이젠 잘 모르겠다. 야, 하소윤.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왜 몇 개월 동안 생각을 해도 정리가 안 될까. 이렇게 오래 고민하는 거 처음이라 미치겠는데 어디 말할 곳도 없네. 그냥 넌 이것도 읽고 넘길 거니까 말한다. 걱정하는 티는 내지도 마라.
한국 오면 연락 제발 좀 해라. 드디어 온다니까 너무 신나는데, 마중은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그리고 오면 내 이야기나 마저 들어. 말로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애. 우리가 얼마나 괜찮게 버텼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힘들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지. 기록 같은 거, 좋아하잖아. 너도. 그러니까 그런 거 듣는 셈 쳐. 이만 마친다.
p.s 너 오면 내 친구들이랑 같이 만나자. 너 소개 시켜준다고 한 놈들이 있거든. 무시하면 넌 진짜… 누나도 아니다….
(수신 완료)
2020.04 하재윤 커뮤니티 개인 로그 (Melt In Oc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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