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의 회고록




    B2002년 한일 월드컵을 김서하와 함께했다.

     

    김서하는 크게 두드러지는 학생은 아니었다. 경찰대에 진학하는 놈들의 대부분 정의감에 도취되어 있거나, 집안이 특출나거나, 혹은 알량한 자존심만을 세울 줄 아는 악으로 가득하곤 했는데 김서하는 어느 곳으로도 분류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따지고 보면 정의로운 쪽에 속했으나 정의감에 취해서 권력을 휘두르려고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특별하게 잘난 성적을 가지고 입학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잘난 얼굴을 가진 것도 아니었지만 어딜 가나 평판이 좋은 기이한 사람이긴 했다. B는 김서하의 가장 큰 장점은 그가 어디를 가도 호감을 얻는 성격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B 또한 김서하를 나쁘게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김서하는 좋은 사람이었고, 좋은 경찰이 될 거라고 다들 입을 모아 이야기 했었다.

     

    2002년의 월드컵은 거리를 뒤흔들 정도의 열기를 가졌고, 그 열기 속에 B와 김서하도 포함되어 있었다. 기숙사 휴게실에 조막만 하게 달려있는 티비에 열중하며 4강 진출 확정이 나는 순간을 보며 B와 김서하는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환호하기 바빴다. 욕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김서하는 미쳤다는 말을 반복하며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응원을 했고, B 또한 그 열기 속에 있었다. B는 종종 김서하의 단정하고 깔끔한 얼굴에 다른 절망적인 표정이 드리울 수 있는가 고민을 했지만, 아마 월드컵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볼 수 없는 표정이라는 걸 깨달았다. 고작 김서하를 알게 된 지 3개월이 안 됐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김서하가 다른 사람이 보는 김서하와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도 들지 않았다. 김서하는 어느 누구에게든 동일한 애정과, 동일한 다정을 품었으니까. B는 월드컵의 열기 속에서 환한 웃음을 감추지 않고 나이 차이가 나는 선배들의 사이에 끼어 수다를 즐기는 김서하를 훔쳐보며 김서하도 모르는 김서하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곤 했다.

     

    B는 그 해의 김서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었다. 같은 기숙사, 같은 방을 공유한다는 이유만으로 가장 가까워질 기회를 얻은 B는 그 누구도 아닌 김서하와 특별한 관계를 가졌다는 점에서 묘한 승리감을 가졌다. 누구에게도 미움 받지 않고, 사랑 받기만 하고 사랑을 주는 김서하의 어느 일면을 독점하고 있다는 건 생각보다 더 큰 고양감을 가져왔다. B는 김서하의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첫 사람이기도 했다.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동생의 사진을 본 것도 처음이었다. 김서하와 닮은 듯 닮지 않은 동생은 제 나이보다 훨씬 어려보였다. 김서하에게 나이를 듣지 않았더라면 두어 살 낮춰 불렀을 얼굴은 어수룩했고, 분명 생김새는 달랐지만 미묘하게 김서하의 분위기를 닮아 있었다. 내 동생 귀엽지? 뿌듯하게 이야기 하는 김서하의 얼굴은 어쩐지 애달픈 표정이 되곤 해서 B는 도대체 왜 동생을 보며 김서하가 저런 얼굴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다만 김서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는 다른 이도 아닌 동생이라는 것은 그 여름을 지나오며 B가 김서하에 대해 알 수 있는 가장 큰 정보이기도 했다. 동생을 사랑하는 형. 다른 이들은 김서하를 다르게 정의하더라도 B는 그렇게 김서하를 정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게 B가 가진 특권과도 같았다.

     

    B는 종종 김서하를 회상할 때면 어린 동생과 전화를 하기 위해 기숙사 복도를 배회하던 순간을 꼬집곤 한다. 동생의 이름을 살갑게 부르며 오늘은 학교를 잘 다녀왔냐고 묻는 말들, 잘 지내야만 한다고 꼭 당부처럼 하는 말과 어쩐지 불안한 표정을 지은 채 꼭 이번에는 일찍 집에 가겠다고 다짐하듯 건네는 말씨들. 동생을 키우다 시피 해서 거의 부모나 다름없다고 했던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듯 부모가 할 법한 말을 익숙하게 내뱉는 김서하에게서 B는 그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기시감을 회고를 하면서야 깨닫는다. 김서하는 동생과 하는 그 무수히 많은 통화 속에서 단 한 번도 부모의 안부를 물은 적이 없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찾지 않는 김서하. 어색할 일은 아니었고, 마땅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인지하면서도 B는 끝끝내 그 상황에 기시감을 느낀 이유를 쉽사리 정의내릴 수 없었다. 김서하에 대해서 많은 걸 알고 있다고 해도 모든 걸 알 수 없었다는 것이 퍽 자존심이 상하는 것처럼 B는 결국 그 기시감 또한 묻어버리기로 한다. 그저 동생과 통화를 하는 만큼 부모님과도 연락을 자주 했던 거겠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부모님과 전화를 했던 거겠지. 같은 가정과 상상을 덧붙이면서.

     

    B는 가끔 김서하의 겨울을 떠올려보곤 한다. 그날의 김서하는 후련한 얼굴이었다. 예상보다 더 일찍 학기가 끝나서 빨리 집으로 갈 수 있다고 짐을 부지런히 싸던 김서하는 평소보다 들 떠 있었다. B는 김서하를 1년이나 지켜보면서 많은 걸 알고 있었지만 그가 그만큼 말이 많을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곧 윤강이 생일인데, 아 윤강이 내 동생, 알지? 아무튼 윤강이 생일인데 매번 학사 일정 때문에 같이 못 있어줬거든. 생일날에 생일 선물 제대로 주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번에 그럴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동생 생일 선물로 뭘 사줄지 아직도 고민이야. 걔가 뭐 좋아하는 게 별로 없거든. 내 동생이지만 진짜 모르겠어. 중학교 3학년짜리 애한테는 뭘 줘야 좋아하려나? 꽤 고민이 되는 얼굴을 한 김서하가 곤란해 보이는 게 처음이기도 해서 B는 침대에 앉은 채로 김서하를 보며 게임 같은 거나 사줘, 하며 쉽게 대답을 했다. B는 김서하의 동생에 대해 아는 건 거의 없었지만 중학교 3학년이 즐겨 할 법한 건 게임 밖에 없다는 걸 잘 알았다. 김서하도 그런 B의 말에 딱히 부정하지 않은 채 그것도 나쁘지 않네, 하며 동조를 했다. 커다란 캐리어에 자신의 짐을 어떻게든 다 챙긴 김서하는 다음 학기에 보자며 웃는 얼굴로 기숙사를 나섰다. 그와 잘 어울리는 떡볶이 코트와 목도리를 둘둘 두르고, 늘 염색한 게 아니냐며 말을 한 번씩 듣는 갈색 머리카락을 흔들면서 여전한 얼굴을 한 김서하는 B에게 여전히 스물한 살의 겨울의 모습이었다.

    B는 우습지만 김서하를 순전히 좋아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그렇게 고백을 할 수 없어서 매번 좋아했다고 말할 뿐이었지만 B는 김서하를 질투하곤 했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김서하. 미움 받지 않은 김서하. 미움 받을 이유조차 만들지 않은 무르고 순한 김서하가 조금이라도 틈이 생겨 그 또한 사람이었다는 걸 인정받고 싶어 B는 김서하의 무르고 가난한 면을 파고들고 싶어 했다. 남들은 모르는 김서하를 알게 된다는 것과, 그러므로 김서하의 약점을 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악한 심정을 B는 끝끝내 인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B는 인정하지 못한 자신의 저열한 감정이 그의 죽음으로 인해 끝이 나리란 걸 예상하지도 못했다. 그만큼 김서하의 죽음은 갑작스러웠고, 그 해의 계절이 유독 시리다고 생각했다. 김서하의 부고 소식은 김서하가 기숙사를 떠나고 하루가 지나기 30분 전에 도착했다. B는 자신이 왠지 모르게 잠들지 못한 이유가 이 문자를 받기 위해서였음을 깨달은 순간, 스스로가 역겨워져 화장실에 틀어박혀 나오지 못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끝나는 감정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B는 늙지 않고, 자라지 않는 겨울의 김서하를 떠올린다. 겨울과 어울리지 않는 얼굴은 새하얗게 질린 채로 종종 B의 꿈에 찾아와 잘 지내냐는 말 한 마디만 건넨 채 사라지지만 B는 가끔 그 꿈속의 김서하에게 죄책감을 느꼈다. 사랑을 받아도 모자랐을 사람. B는 왜 그 시절의 자신은 김서하를 질투할 수밖에 없었는지 마지막까지도 후회했다.

     

    김서하의 부고 문자를 받은 사람들은 단체로 버스를 빌려 장례식장을 가자고 했다. 따로따로 가봐야 가족들에게 민폐일 거란 의견이 다수였기에 곧장 버스를 빌릴 수 있었다. 새벽에 급하게 빌린 버스는 빠르게 달려 장례식장으로 그들을 옮겨다 주었다. B는 김서하와 가장 친하게 지냈다는 이유만으로 제일 앞자리에 앉아 있었고 뒤를 이어 그의 선배들과 후배들이 줄을 이었다. 김서하의 장례식은 농담으로라도 조촐하단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치러졌다. 다른 이들이 김서하의 부모님에게 인사를 하는 동안 B는 가장 구석에 앉은 채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 소년 하나를 발견했다. B는 소년을 발견하자마자 그가 김서하가 매번 이야기 하곤 했던 동생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진으로 볼 때보다 더 낯선 소년의 얼굴에는 조금도 김서하와 닮은 구석이 없었다. 그나마 김서하와 비슷하게 순한 얼굴이라는 점이 그의 동생이라는 걸 짐작하게 할 뿐이었다. B는 품에 넣어뒀던 조의금을 함에 넣고 일련의 과정을 겪는 동안에도 소년을 떠올렸다. 윤강. 그 소년의 이름은 그런 이름이었다. 도무지 김서하와 연관을 지을 수 없는 이름이었지만 얼굴을 본 뒤에는 윤강이라는 이름이 꽤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B는 한명씩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다가 결국 끓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한 채 소년에게 다가갔다. 소년의 주위에는 일가친척도 없었고, 오로지 소년뿐이었다. 그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른 채 마냥 당황한 얼굴이었다. B는 그의 앞에 지는 자신의 그림자가 어쩐지 위협적으로 보인다고 느꼈다. 그림자가 진다는 걸 알면서도 소년은 B를 올려보지 않은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B는 그제야 소년의 앞에서 자신이 미묘한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B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김서하의 동생이라는 걸 듣지 않았더라면 연관시킬 수 없을 만큼 다른 인상이었다. B는 얼른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을 갈무리한 채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너가 윤강이냐? B의 말에 그제야 고개를 든 소년은 울지도 않고, 운 기색도 없는 멍한 얼굴로 고개만 끄덕이다 조금의 침묵 뒤에야 입술을 달짝였다.

     

    형을 아는 분이세요?

     

    목소리를 듣지 못했더라면 사라지지 않았을 불쾌감은 고작 유약하고 여린 소년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 녹듯 사라졌다. B는 문득 그 상황이 무서워졌다. 고작 목소리 하나에 사라지는 불쾌감도 그랬지만 울지 않은 마른 눈이 자신의 속내를 다 알아버릴 것 같은 공포가 천천히 B에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물론 김서하의 장례식에 김서하를 아는 사람이 떼로 등장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고작 자신과 몇 살이나 차이 날 법한 학생에게 공포를 느끼게 된다는 사실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B는 뒷걸음질을 치며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윤강은 B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B의 어깨에도 간신히 올 법한 체구의 윤강은 도무지 김서하를 닮지 않은 얼굴과, 김서하가 짓지 않을 딱딱하고 건조한 표정을 한 채 다시금 입을 열었다. 조심히 있다가 가세요. 그리고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윤강을 B는 끝내 뒤돌아볼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공포. 이해할 수 없는 불쾌감이 다시금 치받자 B는 또 다시 제 속이 역겨워져 숨을 틀어막아야만 했다. 속이 쓰려왔다.

     

    그 장례식에서 김윤강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는 건 B, 단 한 사람 뿐이었다. B는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은근슬쩍 윤강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서하한테 동생이 있었냐는 반문만 돌아온다는 걸 깨닫고 입을 닫았다. B는 김윤강에 대해서 쉽게 정의를 내릴 수가 없었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동생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동생으로도 볼 수 없었던 불쾌감은 어디에서 오는 지도 알기 어려웠다. 그건 김서하에게 가졌던 호감과는 정반대되는 감정이었다. 왜였을까? 그러나 B는 오래도록 김윤강을 떠올리지 않았다. 그는 금방 B의 기억에서 잊혀졌기 때문이다. 그저 B에게 남은 것은 그 날 장례식장에서 굉장히 불쾌한 일을 겪었다는 것과, 그의 장례식은 생각보다 더 조용하게 치러졌었다는 왜곡뿐이었다. 그의 기억의 파편 속에서도 김윤강은 존재하지 않았고, 어쩌면 B가 보았던 그 김윤강이 실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만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기억하는 이 또한 아무도 없을 뿐이다.

     

     


     2020.08 김윤강 개인 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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